댓글에 대한 생각
어제 정치학 관련 수업시간에 네이버 댓글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수님께서 네이버에 댓글을 달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일까를 질문하시고 학생들이 그에 대해 답변을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예의를 갖춘다던지 전문가의 의견을 논거로 한다던지 자극적으로 작성한다든지 등등. 뭐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별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발표를 듣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크게 잘못된 방향으로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여 평소에는 잘하지도 않는 발표를 손 들고 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_-
일단 교수님이 말씀하신 전제에서 중요한 것은 '네이버'의 의견란에 다는 댓글이었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각의 사이트나 사이트 내의 특정 게시판에 따라 게시판의 문화와 특성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네이버에 댓글(주로 뉴스란의 댓글을 의미합니다)을 달 때에는 그곳의 문화를 잘 알아야만 그곳의 사람들과 정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씨 갤러리들 중에는 고정닉(특정 ID와 IP를 가지고 있어 글쓴이가 검증되는 경우)이 아니면 게시물(주로 질문글)이 올라왔을 때 전혀 반응을 보여 주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모른 채 그냥 게시물을 올리면 무플(댓글이 없는 것)로 상처받게 되죠.
이야기가 잠깐 다른 곳으로 샜는데, 네이버 댓글란의 경우 정상적인 토론의 장이 절대 아닙니다. 요즘은 네이버 댓글란 시스템의 개편으로 다음에 약간 밀리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까지도 건재함을 자랑하는 네이버 댓글란은 그냥 자기 의견만 실컷 떠들고 마는 곳입니다. '우리 이 문제로 토론해 보지 않으련?'이 아니고 '내 말이 맞고 나머지는 걍 닥치셈'정도겠네요(물론 가끔 드물게 제대로 된 글(일명 개념글)이 올라와 추천받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극소수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무슨 상대방을 존중하고 논거를 확보하고 예의를 지키고... 이렇게 댓글을 달면 그냥 다른 수많은 댓글의 파도 속에 묻혀서 조용히 추천 0 조회수 두 자리로 남게 됩니다. 적어도 네이버 댓글란에서 의사소통을 하려거든 저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겠지요.
그래서 네이버 댓글란은 주제에 대한 합리적 토론보다는 인신공격 -_-의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하기보다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의 댓글을 집어 그것을 공격하는 게 편합니다. 어차피 공격당한 사람이 자기 글 확인하고 다시 댓글을 남기는 일은 많이 없지만, 적어도 공격 목표가 정확해지고 반대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반응을 유도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XX 씨 여기서 찌질대지 말고 초등학교 가서 맞춤법이나 좀 배우고 오시죠' 라던지, 'XX 지지한 것들은 다 닥치고 버로우 타라' 등등 자극적이고 논지 공격이 아닌 인신공격적인 글을 타이틀로 뽑아서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거죠. 지역감정을 유도하는 게시자의 경우 IP주소를 추적하여 그것을 비꼬아 주는 방법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디언 운운하는 사람이 서울 IP를 사용하면 '경상도는 먹고살게 없어서 서울까지 올라가서 찌질 대고 있는 거냐' 이런 식으로 말이죠. 반대로 경상민국 운운할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너무 자극적인 부분만 신경을 써서도 안됩니다. 욕설을 쓸 경우 필터링에 걸리거나 신고당할 수도 있고, 작성자의 인격이 싸 보이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습니다. 대신 자극적인 어휘(ex. 닥치고, 싸물고, 지들이 무슨 등)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치밀한 논지의 효과가 없다고는 하나 최소한의 논지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논지마저 없는 글은 네이버 댓글란에서도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물론 저는 네이버 댓글란의 이러한 토론문화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네이버 댓글란에 글을 작성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잘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여기서 활동하시겠다 -_-라고 하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것은 알아두셔야 하겠지요. 그래서 오늘 수업을 들으며 다른 학생들이 말하는 것을 듣다 저도 모르게 손을 들게 되었고요. 여태까지 설명했던 네이버 댓글란에서 글을 작성하는 방법으로 비유하여 이야기하면 '인간들 네이버에서 찌질대 보지도 않고 어디서 아는 척이냐 ㅉㅉㅉ' 정도가 되려나요.
두서없는 글이었습니다만, 결론은 '네이버 댓글란 문화는 특이하고, 안 보는 게 좋다' 정도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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