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에 대한 단상
마르크스(Karl Marx)를 처음 만난 건 아마 고등학교 때 그의 사상에 대한 요약 책자를 학교 도서관에서 보았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종류(?)의 책이 고등학교 도서관 구석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게 생각되네요. 비록 그 책자는 마르크스주의(Marxism)라기보다는 스탈린주의(Stalinism)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담았던 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때는 여태 봐 오던(사실 별로 본 책도 없습니다만 -_-) 다른 책들과는 상당히 상이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그냥 한번 읽어보고, 당시 담임선생님께(윤리 선생님이셨습니다) 변증법이 무슨 말이냐고 여쭤보기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렇게 간단히 질문과 답변으로 이해할 수준의 내용도 아니고, 솔직히 재미도 별로 없어서 그날 이후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은 그냥 기억의 한 구석으로 치워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한 후 반에서였습니다. 반 내의 학회나, 여름방학 때 스터디 형식으로 가볍게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겉핥기 지식이라도 주워듣게 되었지요(그때 빛 선배와 재훈 선배 멋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좋은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반 학회가 흐지부지되고, 스터디에는 어느 순간부터 불참하면서 결국 그 기회를 놓치게 되어버렸습니다. ;ㅁ; 게으른 게 죄지요……. 그때 학우들께는 지금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에 복학하고, 그동안 마르크스주의에 가져왔던 관심에 비해 지나치게 빈약한 공부량에 대한 속죄의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여하튼 그런 기분으로 사회주의자이신 오세철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뜬구름 잡는 식으로 알아왔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어느 정도 체계적인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한 학기만 들어볼까 했던 오세철 교수님의 강의도 일 년 내내 듣게 되었고요. 덕분에 이제는 어느 정도(!) 사회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말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고, 집구석에서 썩어가고 있던 자본론도 한번 더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 읽지는 못했습니다……. 혼자 읽기에는 생각보다 지루하더라고요 ㅠㅠ)
물론 아직까지 공부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모자란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상이라는 것 자체가 지속적으로 발달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마르크스의 자본론만 가지고 비판을 한다던지(이건 경제학의 문제점이랍시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존재하는 오류를 지적하면서, 경제학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하는 말과 같은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스탈린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를 마르크스주의와 혼동하는 것, 북한=좌익=빨갱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물론 이런 인식의 이유는 공감이 가기는 합니다만;;)이 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진정으로 사회주의가 무엇이고, 그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사상인지를 우리 사회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야 우리나라 사회의 사상도 더욱 성숙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가 보여주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저는 사회주의자가 되지는 못할 듯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증법적 유물론이 가지는 논리적 치밀함과 사회주의 성립을 위한 기본 가정 등은 정말로 매력적이지만 공감할 수는 없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공부가 부족하여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합니다만…… 사회주의는 지금의 인류가 시행하기에는 너무 고차원의 조건들을 요구하는 사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상이라고 해 놓고 어느덧 길게 써 내려와 버렸습니다. 적당히 글을 끊어가면서 지루하지 않게 쓰고 싶었는데, 여태 쓴 글을 다시 올려보니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데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길어서 만약 읽기라도 할 경우 중간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질듯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_-;;; 뭐 단상이라고 제목을 붙여놨으니 그게 훌륭한 방어막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ㅋㅋㅋ
p.s. 개인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마음에 들었던 큰 이유는, 인간의 선함을 가정하고 있는 것과 사회주의의 목표가 '모든 인간이 더 잘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말 때문입니다. 저 두 가지 때문에라도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주자학이나, 당장 눈앞에 닥친 경제학에 대한 공부가 더 시급하기는 합니다만…… 결론은 공부나 하자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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