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보는 이유
토요일 저녁 6시 반이 되면 항상 TV를 켜고 보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라고 오랜만에 낯간지럽게 글을 시작해 보려고 했다가, 이미 '무한도전'이라고 떡하니 제목을 뽑아둔 것이 보이는 바람에 뻘쭘해져 버렸습니다 ┒- 이 무한도전이라는 소재는 함부로 포스팅을 하기에 상당히 논란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다음 블로거뉴스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재료는 아니죠. 하지만 가볍게 글을 쓰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시청자를 굳이 '까'와 '빠'로 구분하자면 저는 '빠'쪽에 가까우니 위태로운 비난은 듣지 않겠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두드려 보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언제부터 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하하가 무한도전에 크리스마스 선물-_-로 들어온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 2005년 말쯤에 이미 무한도전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전부터 지하철이랑 달리기 시합을 하거나, 연탄 가지고 달리기 등의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던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이 방영된 것을 알고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들은 챙겨보았다기보다 TV 채널을 돌리는 과정 중 우연히 보게 된 경우이죠. 무한도전을 본격적으로 챙겨보기 시작한 것은 아마 2006년 초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정준하가 게스트의 형식으로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에는 매주 꼭꼭 챙겨봤으니 거의 확실할 듯하네요. 이렇게 무한도전을 챙겨보게 된 이유는 당시에 방송하던 '거꾸로 말해요 아하'라는 게임 때문이었습니다.
TV를 잘 보지 않는 저의 시선을 '거꾸로 말해요 아하'라는 게임이 사로잡았던 이유는, 게임을 할 때 나오는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마저 쉬고 하나 둘 셋넷'이라는 음악 때문이었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며 술자리에서 정말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이죠 -_-a 술자리 문화야 각 학교나 과, 동아리마다 모두 형태가 다르므로, 제가 있던 동아리에서 개인기를 강요(?)할 때의 레퍼토리를 소개해야겠네요.
"대! 대! 대동단결~ 하나~ 둘 셋네셋넷 두울~ 둘 셋넷셋넷 하나(둘)셋 둘셋 하나! 둘! 셋! 넷! (박수) 하나 둘 셋 넷! (박수) 둘 둘 셋 넷! (박수) 소주 한 병 원샷입니다~ 소주 한 병 원샷입니다~ (박수)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
아하 게임의 시작 부분과 같은 음악이 꽤 뒤에 나와서 생각보다 길게 써 버렸네요. 마침 그 시기가 다들 군대다 유학이다 해서 본격적으로 다들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할 때였기 때문에,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무한도전의 음악이 더욱 끌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당시 무한도전 자체가 출연진들의 특정 개성을 부각해 '캐릭터'를 한참 만드는 과정 중에 있었는데, 그 캐릭터가 매우 친숙했었던 것이 무한도전을 더욱 열심히 본 계기가 되었었습니다. 이미 다른 분들이 무한도전의 제일 큰 성공요인으로 꼽았던 '캐릭터'라는 특징에 저 역시 빠져버렸었죠. 게다가 같은 반·동아리 친구들 중에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무한도전의 구도가 굉장히 친숙했던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무한도전의 성공 이유로 여러 가지를 짚어주셨는데,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은 그 성공요인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되네요.
처음에는 이와 같이 친숙한 분위기 때문에 보기 시작한 무한도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무한도전 자체가 친숙해져 버리게 되었습니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저인데, 어느새 주말에 일이 있을 때는 재방송이나 녹화로 꼭꼭 챙겨볼 정도로 애청자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가끔 '오늘은 별로네'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특집(?)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 이번 주 방영분이었던 '태리비안의 해적'도 몸개그 부문에서 큰 웃음, 빅재미를 주었기 때문에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큰일이 없는 이상 계속해서 재미있게 지켜보게 되겠죠. 언젠가는 한번 직접 촬영하는 곳에도 가 보고 싶습니다. 작년 학교 축제 때 무한도전이 오는 줄 미처 몰라서 그 시간에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게 정말 한이 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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