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한탄
(사진출처 : http://mel21.tistory.com/entry/김장훈의-독도-2MB의-독도)
초·중·고등학교를 지내면서 한두 번쯤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되는 모습이 하나 있습니다(혹은 당사자로 겪을 수도 있는 일이겠네요). 힘이 센 아이가 자기보다 힘이 약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탐내어 무력으로 빼앗는 모습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선생님 또는 주위 아이들이 제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고 그 둘의 다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죠. 이때 힘이 약한 아이의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설득 또는 저항을 통해 물건을 지켜내거나, 물건을 빼앗기는 것이죠. 으음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이건 -_-;;
그런데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 경우 물건을 그냥 힘센 아이에게 빼앗기는 쪽이 더욱 합리적입니다. 사실 웬만큼 조직화되고 심각한 폭력이 아닌 이상 빼앗기는 물건이 그 아이에게 차지하는 가치가 신체 상의 안전보다 더욱 가치 있는 물건인 경우는 드물잖아요. 저항을 할 경우 그 결과가 자신에게 폭력이 가해지는 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그 피해는 상당히 클 것입니다. 그 물건이 자신에게 가해질 상해를 극복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물건을 주는 쪽이 자신에게는 그나마 적은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겠죠.
그런데 실제로 보면, 의외로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저항하는 경우가 위의 예측과는 다르게 많이 보입니다. 손해인 것을 알면서도 저항을 선택하는 거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번 간단히 물건을 빼앗기게 된다면, 그 상황이 자신의 명성에 영향을 주어 다음에도 그러한 일이 일어날 개연성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번 뺏기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다른 물건도 빼앗기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항을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물건을 빼앗으려면 그가 치러야 할 비용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으므로, 작은 물건의 약탈에도 큰 저항이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추후 계속해서 입을 피해를 차단시켜 줄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일어나는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 위대하신 이명박 각하와, 그분의 총애를 받는 유능한 정치인 집단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저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물론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았거나, 아예 학교를 다니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 그것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죠. 혹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할까 봐 부연설명을 하는데, 물론 우리 대통령 각하는 고려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신 분입니다. 공식 대변인 논평으로 당당히 고졸 출신인 대통령이 문제라는 말을 했던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셨는데, 저 정도 학벌은 당연한 사항이겠죠. 그래서 아마 대통령 각하는 저러한 부조리를 겪지 못하실 정도로 정의로운 환경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하튼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힘이 약한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지키려면, 힘이 센 아이에게 자신의 물건을 탈취하는 데 많은 양의 자원을 투입해야만 할 것이라는 걸 알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 그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일본이 치러야 할 비용이 막대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일본이 실제로 영유권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현재 지지율이 바닥인 후쿠다 총리의 정국 전환 카드로 독도 문제를 정략적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독도의 영유권 문제는 일본이 함부로 꺼내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는 카드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일본도 연례행사처럼 독도문제에 대한 분쟁을 일으키지는 못하겠죠.
그런데 우리 대통령 각하는 취임 초기부터 일본에 계속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내셨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국인 일본을 무조건 적대시하는 정책은 '실용적'이지 못하겠죠. 하지만 그 이후 현 정부가 국외적으로는 '글로벌 호구'라고 불릴 정도로 어이없는 외교정책을 남발하고, 국내에서는 국민 의견의 수렴 따위는 전경 기대마에 태워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행태를 자행하면서 이게 큰 독으로 작용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쟤 우리랑 친한척하는데, 행동도 이상하고 힘도 없어.'라는 인상을 준 거죠. 자기 나라의 이익이라면 국제적 추태를 부리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일본에게 말이죠. 일본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힘이 약한 사람이 좋은 물건을 들고 있는데, 주위에 막아줄 사람도 안 보이면 힘센 놈이 그걸 뺏으려 드는 게 당연하잖아요.
게다가 일본의 저 행동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원래 주기적으로 도발을 해 오는 것은 제외하더라도, 뉴스기사를 보면 적어도 G8 정상회담 때 이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참고기사 : 靑 "日측 언론플레이라면 결코 용납안돼). 그런데 우리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는 그런 문제에 대한 대비를 하거나, 언급을 하는 일 따위 없이 다른 나라 정상들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낮다며 깜짝 놀랐다는, 정말로 뉴스를 듣던 제가 깜짝 놀랄 발언이나 하고 계시더군요. (참고기사 : MB "물가 5%밖에 안올라" 발언 논란) 게다가 아무리 물가상승이 중요한 문제라고 해도, 일본을 본받자는 말을 독도 문제가 일어난 이후에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정말 정신줄을 놓은 행동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은 일본에게 '우리는 독도를 우리가 말하는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빼앗는 과정에 큰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름없다면 너무 큰 확대해석인가요? 유머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댓글로 남기셨던 '우리 집에 강도가 들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칼놀림은 놀라워'라는 말과 동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이 댓글을 남긴 이름 모를 분께는 댓글이 영특하신 이명박 대통령 각하의 발언과 비교대상이 되게 한 점은 크게 사과드립니다).
이러니까 일본에서 우리나라의 들끓는 여론에 무반응을 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대사를 소환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면 뭐 합니까. 어차피 자신들에게 오는 피해는 없을 텐데요. 한국이 설마 본받아야 할 나라인 일본에게 해가 될 상품 불매운동이나 단교, 국제여론 설득 등의 실질적 조치를 취할 리가 없잖아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의 수장인 이명박 대통령 각하의 일본 사랑이 저렇게 한결같이 지극하시잖습니까. 요미우리 신문에서는 우리의 위대하신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 경애하는 후쿠다 일본 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今は困る。待ってほしい)'라는 발언까지 하셨다는 보도가 된 바 있습니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건 뭐 더 힘들게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겠군요. 위에서 다 말했으니까요. 만약 이 보도가 거짓이라고 해도, 영명하신 이명박 각하는 국민들이 '나는 그런 적 없다.'라는 청와대의 해명보다 '우리는 거짓말 안 해염'이라는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를 더 설득력 있게 듣는 이 작금의 세태를 분명히 직시하여야 할 것입니다. 얼마나 신뢰도가 떨어졌으면 사람들이 자기 나라 대통령의 말보다 외국 언론의 말을 더 신뢰하겠습니까.
하긴 자국 국민 상대로도 주어 빼먹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전제조건 달기, 측근의 말이지 내 의견은 아니라는 책임 미루기, 말 바꾸기, 했던 말 부정하기 등등의 온갖 화려한 언어의 마술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앞에서 감쪽같이 '신뢰'를 증발시켜 버린 우리의 미증유 이명박정부이니, 일본을 상대로 어떠한 기상천외한 마술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게다가 우리의 영특하신 이명박 대통령 각하는 일본 오사카에서 탄신 하시고 거기서 유년기를 보내셨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조만간 일본인들도 감쪽같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기(秘技)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깝죽거리는 상대를 단번에 제압해 버릴 츠키야마류 진압단봉술(月山流 鎭壓單棒術)이라도 지니고 계실지도 모르겠고요. 뭐, 이 기술을 비기라고 하기에는 어디 산성 부근에서 너무 많이 발휘되기는 했지만 말이죠.
p.s. 글이 '약간' 배배 꼬인듯한 느낌을 주네요. 오해입니다. 몇 가지 문제가 있는 건 실수로 봐주세요. 어제 100분 토론에서도 한나라당 권모 의원님이 발언한 '일한관계'도 단순한 실수였을 뿐인데, 그에 비하면 제가 저지른 실수는 귀여운 편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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