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블로그 포스팅


   올해 초 블로그를 만들고 이것저것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그 수가 100개나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101번째 글입니다. 예전 블로그 기능을 알아보다 실수로 글 하나를 지워버렸기 때문에 -_-;;) 예전에 만들었던 홈페이지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관리의 귀찮음 때문에 어느 순간 손을 놓아버렸었기 때문에 이 블로그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정말 스스로가 대견합니다 -_-a 물론 그 이유가 제가 갑자기 부지런해졌다는 것이었으면 더욱 좋았었겠지만, 그보다 이 '블로그'라는 매체의 특성 덕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굳이 '1인 미디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다루고 싶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그에 대한 다른 분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정말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100회 특집으로 그동안 느꼈던 블로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써 내려가보고자 합니다.


  이 블로그를 만들게 된 본래의 이유는, '현재의 자신을 기록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처음 쓰는 블로그 글이라고 멋을 부려 작성했던 글을 보면 분명 '2008년의 나는 과연 어떤 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질 것인가'를 다시 지켜보고 싶어서 블로그를 만든다고 써 두기도 했었으니, 이 이유가 분명 맞을 겁니다. (이래서 기록을 해 두는 것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ㅋ) 비록 지금 글 전체에 CCL표기를 해 두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웹 2.0과 같은 거창한 이유로 블로그를 개설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럼 이제,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위해서라면 개인 노트 혹은 PC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굳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실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제가 받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학교 3~4학년 때 처음으로 PC통신을 접한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저는 네트워크를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제가 현재 즐기고 있는 취미생활의 대부분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고,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에 와서도 수업내용에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얻을 수 있었고요. 따라서 비록 부족한 지식수준이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다른 분께 도움이 될 정보를 현재의 제가 알고 있다면 그를 기록하여 공개하는 것은 현재의 저를 기록하는 동시에 제가 다른 분들께 받아왔던 도움에 조금이나마 보은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글을 작성해서 하드디스크 구석에 보관하는 방법도 '기록'이라는 기준에는 어긋나진 않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건 추가로 저런 효용이 있다는 말이 되겠네요 ㅋ

  사실 저는 공개된 장소에 글을 남기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당장 반 년 전의 글만 보아도 부끄러운 부분이 자꾸 보이는데, 이런 글들이 인터넷에 남아있을 거란 사실을 생각하기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지거든요. 그래서 학교의 반이나 동아리 카페에도 주로 다른 곳에서 퍼온 자료나 정보를 올리고, 스스로 쓴 글은 공지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말과 같이 글 역시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존재라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처음에 고민도 많이 했었죠. 여담이지만, 최근 모 선배님의 블로그에 잘못 댓글을 남겼다 된통 혼이 난 경험을 생각해 보면 역시 글은 화를 부르는 존재가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형, 그렇다고 제가 형을 미워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ㅋㅋ)

  이처럼 겨우 블로그를 여는 단순한 행위에 엄청난 고민을 한 덕분에, 블로그 운영방침은 쉽게 정할 수 있었습니다.


1. 스스로 작성한 글이어야 할 것 (개인창작물)

2. CCL (사실 처음에는 엄청 복잡하게 이에 대해 생각을 했었는데, CCL 한 방에 깔끔히 해결되더군요.)

3. 기본적으로 외부 공개를 하지만, 가능한 한 그 공개 범위는 최소화

4. 다른 분들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할 것


  사실 3번의 경우는 인터넷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에 노출되는 경우를 제외한 다른 모든 공개수단(이올린, 블코, 다음 블로거뉴스, 믹시 등)에 글을 공개하지도 않고, 주윗분들께 블로그 주소를 거의 말씀드리지도 않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실현해 나가고는 있습니다. 덕분에 안 그래도 빈약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제 블로그는 항상 조용히 운영되고 있죠 ㅋ 4번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다른 분들의 지적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절대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쪽이 맞는 표현이겠지요. 하지만 이게 정말로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도 있고…… 무슨 십계명도 아니고, 지킬 수 있는 원칙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저런 애매모호한 원칙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이에 대해 오해가 있을까 해서 조금 더 첨언하자면, 단순히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불이익 때문에 지적재산권(저작권 포함)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현실적인 불이익 역시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 이전에 지적재산권을 일단 지키는 쪽이 원저작자 분께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내가 힘들여 만든 걸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고, 내가 그것을 만든 목적에 타인의 자유로운 사용을 집어넣지 않은 상태라면 매우 기분이 나쁠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라는 말은 어느 사회에서던 최소한의 상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저 때 생각하지 못했지만 100번째 글을 쓰는 지금은 깨달은 블로그의 장점이 추가로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분들과의 소통입니다. 처음 몇 달은 간 다른 분들이 오셔서 댓글을 달든 말든 열심히 그냥 저 쓰고 싶은 글만 포스팅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웃 블로거 분들을 하나 둘 알아가기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아 나도 저분 알고, 저분도 자주 오니까 나도 자주 가야지.'라는 생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뭔가 싸이월드 일촌 파도타기와 같은 최소한의 예의(또는 가식)와 같은 향기가 강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다른 분들이 블로그에 와 주시는 게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링크도 친구들과 선배님 블로그만 몇 개 해 두고 그랬었죠 ㅋ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점점 써 갈수록, 다른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우선 블로그에 오셔서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은 최소한 제 글을 읽어 보셨다는 말이 되잖아요. 제 글에 대해 다른 분들이 그 생각을 직접적으로 남겨 주시는 것이 감사하고 (그전까지는 그걸 알 수 없어서 기껏해야 방문자와 검색어로 추리하는 정도였죠 ㅋ) 그분들과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며, 잘못 알고 있던 정보도 다시 알게 되고, 푸딩도 만들어보거나, 퀴즈도 풀어보는 등 말이죠. 애초에 지금의 저를 기록해 보자는 취지로 만든 블로그가 도리어 지금의 저에게 영향을 주는 매개체가 되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또 블로그를 계속하게 되는 새로운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상당히 즐겁게 다른 분들과의 의사소통을 즐기고 있습니다. 악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악플을 달아주는 사람은 W군 외에는 없어서 그건 좀 서운하더라고요 ㅋㅋ 리플이 범람하는 경우는 또 그것 나름대로 곤란하겠지만, 제 블로그의 공개정도를 생각해 봤을 때 이럴 일은 절대 없으니 천만다행입니다.


  다른 주제로 쓰고 싶은 글도 많이 있었지만, 100번째 쓰는 글을 기념해 볼 겸 블로그에 관한 저의 생각을 간단하게 써 내려가 보았습니다. 이제 9월이 되었고, 아마 예전만큼 자주 글을 남기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기회가 되는 한까지 블로그를 계속 운영하도록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이 긴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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