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어이가 없는 교과서 수정 요구


  먼저 기사를 링크해 두겠습니다. (가치판단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기사를 골라 링크하였습니다)

YTN, 국방부, 역사 교과서 개정 요구 논란


  후…… 이번 일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매번 쓰는 스타일대로 또 길게 글을 썼었지만, 화만 나고 답답한 마음만 생기니 다 지우고 푸념이나 해야겠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고 정의로우며 진정한 국민의 나라이고,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제일가는 뛰어난 단일민족이라 다른 민족들이 따라올 수 없는 유전적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주장하는 게 국가의 자긍심을 높이는 가장 큰 방법일까요. 저런 무조건적인 찬양으로 잘못된 일을 다 덮을 수도 없을뿐더러, 만약 그게 거짓임을 알게 될 경우 왜곡된 사실에 근거해 만들어진 애국심이 무너지는 것은 국방부에서 어떻게 책임져줄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언론과 학계, 사료를 전부 다 통제해서 역사를 완벽하게 조작해 주실 생각이신지요. 미천한 저의 소견으로는, 그런 짓거리는 바다 건너 섬나라에 사는 왜인들과 똑같은 발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오만, 국방부의 높으신 나으리들께서는 그렇지 않으신가 보시옵니다.

  지금 국방부의 행태는, 사람이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완벽한 멸균시설을 설치해 세균의 존재 자체를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그 시설 안에 국민 전체를 몰아넣겠다는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것도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멸균시설을 만들어서 말이죠. 사람이 진정으로 병을 이겨내고 튼튼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렇게 한 번 외부에 노출될 경우 바로 감염을 초래하는, 진실한 세계와 격리된 거짓의 세계 안에 갇혀 사는 것보다 자연 그 자체에 안전하게 노출되어 각종 항체를 가지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조건 막고 숨기려고 하지 말고, 그 사실 자체를 노출해서 개인이 그에 대해 판단한 후 가치를 형성하도록 해 주자는 것입니다. 국가는 시민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빼앗아가지 말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당장 그 국방부에서 명시하는 '주적'인 북한의 경우를 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국방부에서 맨날 주장하는게 뭡니까. '굶주린 북한 주민들은 공산당의 선동으로 자기들의 나라가 천국인 줄 알고 있다가, 한국에 건너와보니 그게 다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진정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된다'아니었습니까. 무조건 과거의 일을 미화시키고 숨겨서 '정의로운 한국'을 만드는 게 그대들의 주적인 북한 빨갱이들과 똑같은 짓이라는 생각은 못해보셨나요? 속담에 '싸우면서 닮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스스로 한번 자신이 얼마나 '빨갱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번 반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게다가 사람이라면, 특히 이 동아시아의 유교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꼭 필요한 덕목 중 하나가 염치입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시민들을 직접적으로 학살한 주체 기관 중 하나였던 국방부에서 '우리가 한 일은 잘한 일이에염'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4·3 반란사건'과 '광주사태'를 진압하고, '5·18 혁명', '12·12 혁명'을 일으킨 국방부는 지금의 국방부와 아무 관련이 없는, 뭐 달나라 국방부입니까? 제주도에 파견된 군경은 중공에서 건너왔고,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는 소련 공수부대였나요? 참 스스로 저런 주장을 할 정도의 뻔뻔함을 갖추다니, 정말 이 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는 되었나 봅니다. 왜 누구네 나라처럼 '과거 식민통치 시절의 일은 우리 조상들이 한 일이고, 지금의 우리와는 관계없다'라는 식으로 주장하기라도 할 생각입니까? 사람이라면 필요한 게 염치입니다. 국방부에서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 있었다면, 적어도 어용단체를 이용해서 주장하거나 다른 조직을 통해 우회적으로 주장했으면 했지, 저렇게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진정으로 국방부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면, 저따위 파시스트 국가에서나 할 법한 발상은 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긴, 다른 나라에서는 다 합법화되어있는 소비자 불매운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고소 권유도 하고, 스스로 증인까지 자처하고 나선 검찰도 있는 나라에서 국방부의 저러한 행태는 지극히 당연한 행태일까요. 요즘 공교육 개선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크게 동감합니다. 지금 교육방식대로 교육받은 저 사람들의 행태를 보니 다른 건 제외하더라도, 정말 뻔뻔하고 몰염치하다는 건 잘 알겠거든요. 앞으로 개혁될 교육은 제발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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