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라이브홍쑈……


  며칠 전,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온게임넷을 틀어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에 바닥에 뿌려진 콩이 막 나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청소하는 분이 '누가 이렇게 콩을 까고 그냥 갔대'라는 멘트를 날리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멘트를 듣는 순간, '설마?' 하는 생각에 온몸이 경직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 그 화면은 홍진호 선수와 관련된 것이더군요 -_-;;;;;;; 바로 홍진호 선수가 진행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라이브 홍쑈에 관한 광고였습니다.


라이브 홍쑈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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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걸 보는 순간 할 말이 없더라고요.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말아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요즘의 스타리그도 재미있게 보기는 하지만, 5~6년 전 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스타리그쪽이 훨씬 재미있었던 저는 오랜 기간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 온 '올드'들 쪽에 훨씬 정이 갑니다. 그런데 저 라이브 홍쑈의 화면은 어떻게 보아도 콩까로 볼 수밖에 없잖아요.

  물론 인터넷 등에서 팬들이 홍진호 선수를 많이 놀리는 건 사실입니다. 전성기 때 '폭풍저그'라는 호칭을 얻으며 화려한 실력을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고 준우승만 5회(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2003년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2002년 KPGA 1차 리그, 2002년 KPGA 2차 리그, 2003년 TG삼보 MSL)를 한 홍진호 선수의 경력이 그 발단이 되어, 홍진호 선수가 이벤트 전에서 춤을 준 것이 '콩댄스'로 순식간에 알려지면서 탄력을 받게 되었죠. 위 타이틀에서 사용된 홍진호 선수의 웃는 짤방이 '콩간지'로 사용되기도 했고요. 덕분에 '콩지노'라는 별명을 얻으며 순식간에 '까이게' 된 홍진호선수는 그로 인해 또 '콩까지마'라는 유행어까지 제조해 냈습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를 즐긴 것 역시 분명한 사실입니다. 한 스타를 오랜 기간 보고 있으면 처음에 그 스타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 되었던 친근감이 생기게 되잖아요.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각종 콩댄스 동영상을 보며 '헐 ㅋㅋㅋㅋ'하고 웃었던 건 사실입니다. 한 때 테란에 의해 압살 당해 그야말로 암울하기 이를 데 없었던 저그라인에서 몇 안 되는 희망을 보여주던 홍진호선수였고, 저그를 응원하는 제가 홍진호 선수의 화려한 경기를 보면서 그 팬이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죠.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서 이제 'S급' 실력의 위치에서 밀려나기는 했지만, 이제는 보아 온 정 때문에 그렇게라도 나오는 홍진호 선수의 모습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저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방영되는 걸 보니 정말로 가슴이 아프네요. 공적인 방송으로 홍진호선수를 까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역시, 보고 말았습니다 -_-;;;;;;; 오늘 MSL 클럽데이 16강 경기에서 재미있을 것 같은 경기들도 많았고, 오후 6시 반부터 계속 TV만 보고 있는 것도 조금 그랬지만 역시 마음이 끌려서 말이지요 -_-a 그리고 경기를 다 본 지금, '라이브 홍쑈'에 대한 느낌이 간단히 오네요.


'온게임넷 라이브배틀 홍진호 고정출연 만담 쑈'


아아아……


  뭐라고 해야 할까요. 같이 나온 이종미선수가 홍선수와 같이 만담을 나누면서 홍선수를 열심히 까는 것도 재미있었고, 홍선수의 당황하는 모습과 급할 때 터지던 방송 부적격 멘트도 즐거웠습니다. 이종미선수 홍선수를 정말 완벽하게 까시더라고요. 만약 김정민 해설께서 2부에 등장하지 않고, 1부의 분위기대로 계속 홍쑈가 진행됐더라면 홍진호선수 엄청나게 곤욕스러웠을 것 같았어요 ㅋㅋㅋㅋㅋ 홍선수가 배틀넷 유저에게 프로토스로 밀리면서 (다행히 주종은 아니었죠 ㅋㅋ) 당황하는 모습도 우스웠고요. 이영호 선수와의 교전에서 뮤탈을 많이 잡고 엄청나게 좋아하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게임 내내 이렇게 자잘한 웃음포인트가 한 두 군데가 아니었어요 ㅋㅋㅋ 사실 게임을 하는 쪽보다 홍선수와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면서 이것저것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이기를 더욱 기대했었지만, 역시 프로게이머는 게임으로 이야기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김정민 해설, 홍진호 선수, 이종미 선수가 만들어낸 보기 드문 팀플 조합과 이영호 선수와의 부종족전 대결을 제외하면 라이브배틀 홍진호 편에 만담을 추가한 것 정도로 생각되기도 하더라고요, 참신함이 부족했다는 말입니다 ㅋ 게다가 이렇게 공개적인 전파로 홍진호 선수의 홍간지 얼굴 옆에 콩깍지를 배치해 두는 게 과연 올바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적인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모두 다 공적인 곳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 때 저그의 희망이었던 폭풍 홍진호 선수가 본격 막장테크를 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뭐, 본인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고, 프로그램 자체는 홍선수에게 친근한(?) 감정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결국 홍선수가 군대 가기 전의 4주 동안 매주 수, 목요일 오후 여섯 시 반에 하는 라이브 홍쑈는 매번 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자주 시청하게 될 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역시 홍선수를 모른 척하기에는 너무 아쉽더라고요  ㅠㅠ 한 때 저그의 희망이었던 홍선수이고, 그 이후에도 KTF 매직엔스의 중심 선수로 오랜 기간 활약했던 홍진호선수의 이야기는 항상 즐거움을 주어 왔으니까요. 아, 물론 콩을 까는 재미도 쏠쏠했었…… 지만요 ㅋㅋㅋㅋㅋㅋ 홍진호선수 군대 가기 전에 자신과 팬들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라이브 홍쑈를 남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공군 프로게임단에 입대에서 다시 맹렬한 폭풍을 몰아쳐 준다면 더욱 바랄 나위가 없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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