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오늘은 한글날이기도 하니 시의 해제를 하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은 7년 전 제가 고등학교 때 친구가 초등학교 때 썼던 시를 발견하여 대박 건수를 하나 잡았을 때 -_-;; 그를 이용하여 개취급을 하기 위해 작성했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니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친구를 철저히 놀리고 싶은 저의 절박한 마음과, 당시 익숙했던 입시용 시 해설 형식의 아름다운 조화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 친구의 개인정보 보호야…… 뭐, 싸이월드 미니홈피 주소를 같이 올리지 않는 걸로 충분하겠죠 ㅋㅋ
- 김병진 : 현대 한국 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시인. 18세의 나이로 혜성과 같이 문단에 등장하여 많은 이들의 경악을 자아내었고, 그는 이미 "김광섭 시인과 함께 현대 한국을 이끌어갈 만한 2대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의 첫 작품인 '팽이'는 이미 현대 모더니즘 시의 대표작 중의 하나로서, 뛰어난 정경 묘사와 유아층까지 배려한 탁월한 시적 허용으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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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
김병진
쌔개 돌리면 윙윙
하고 돌아가는 팽이
꼭따리가 찍혀서 빠게지면
"윽 내팽이" 하는아이들
난 팽이에 고수
누구 든지 덤벼라! 상대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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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형식 : 현대시, 자유시
- 시의 특징 : 모더니즘 경향, 두드러진 시적 허용, 민속적 음보의 사용
- 시해설 :
이 시는 전체적으로 3,4조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이러한 모더니즘적 경향의 시에 민속적 운율을 더한 시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시의 '팽이'의 형태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꼭따리(꼭지)'가 있는 팽이는 전통 팽이가 아닌 현대의 플라스틱 팽이나 쇠 팽이를 나타낸다. 따라서 이 시는 현대적 놀이 감각이 살아있는 모더니즘 시이다.
* 모더니즘이란?
김기림(金起林)이 시의 낭만주의적 요소를 배격하고 시작(詩作) 자체의 의식성을 강조하는 시의 기술주의(技術主義)를 주장하면서 형태화하였다. 김기림은 모더니즘 시운동을 벌였으며, 그 특징으로 ① 정서적 우세에서 지성적 우세로, ② 현실에 대한 초월적 태도에 대하여 비판적 적극성을, ③ 청각적 요소에 대하여 시각적 요소를 강조하였다 등을 들 수 있다.
이 시에는 위의 한국 모더니즘 시의 특징이 3개 모두 나타나 있다.
먼저 위 시의 상황을 보면 급박하게 팽이치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1인칭 시점의 시이므로 그 긴박감은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시인은 당황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서술하고 있다. 이 얼마나 지성적인 것의 우세를 나타내는가!
두 번째로 2연에서는 팽이가 부서져서 후회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작자는 단순히 팽이의 승자만을 보는 범인들과는 달리, 그 승부의 패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패배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들의 패인을 분석하는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시는 '윙윙'이라는 시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정경 묘사를 중점으로 하는 시각적 심상의 우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3연에서는 난 팽이에 고수 / 누구 든지 덤벼라! 상대해주마. 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는 '누구 든지'에서 어법에 맞지 않는 띄어쓰기, 아니 시적허용으로 '누구'를 강조하며 시인의 팽이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였고, 또한 이 경향은 앞으로의 시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시인의 다른 대표작품으로는 [딱지], [농구천재 정대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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