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자주 접속하던 커뮤니티 중의 한 곳으로 신비로 애니피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예전만큼 잡담게시판(이하 잡게)에 붙어살지는 않지만, 요즘도 가끔 방문하고 있기는 하죠. 오늘 새로운 요리에 도전했다 최후의 순간에 범한 실수-_-로 인해 기분이 우울해져서 그냥 분위기 전환을 위해 웹서핑을 하던 도중 오랜만에 애니피아에 접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잡게에 글을 썼던 것이 기억나 아이디로 검색을 해 보았지요. 검색해 보니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에 입학한 약 10개월 동안 잡게에서 활동하며 남겼던 글을 여러 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신비로 애니피아 이전 페이지

 처음 접속할 때만 해도 저런 형태로 메인페이지가 만들어져 있었죠.


신비로 애니피아 현재 페이지
  지금은 모양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글을 죽 읽어보니 꽤 재미있었습니다. 일단 그때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C 모 사이트에서처럼 자신을 치장·홍보하기 위해 가식적인 느낌이 드는 글과 사진(일명 간지글들 -_-;;)을 올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싫어합니다만, 그렇다고 인터넷에 사전 판단이 없이 모든 정보를 올리는 것 역시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하게 공개되는 장소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모두 드러내는 것은 문제가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적정한 수준에서 큰 꾸밈없이 글을 올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 때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ㅋㅋ 사생활이나 잡다한 생각을 전부 써 두었더라고요.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과거의 기록이 많지 않았는데, 남아있는 게시물들 덕분에 뜻밖의 일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제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주침야활의 생활을 하며 애니메이션 시청과 게임을 즐겼던 것-_-;;;;도 알 수 있었어요. 아…… 새내기 때도 저랬었다니 절망스럽네요. 저는 새내기 때는 조금 더 밝게 살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과거의 저를 다시 한번 쳐다보는 즐거움과는 별도로, 엄청난 쪽팔림도 몰려오더라고요 -_-;;;;; 저는 그동안 새내기 때와 비교해서 제가 많이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도 저보고 고등학교 때나 새내기 때와 비교해 거의 변한 것이 없다는 말을 하고(아 물론 외모는 아닙니다 ㅠㅠ), 저 스스로도 그다지 변한 점을 크게 느끼지 못했었거든요. 가끔씩은 '나는 배우는 것이 없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의 글을 보니 생각 외로 많은 것이 변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선 생각이 많이 어렸던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죠. 각종 시사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볼 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의 이야기를 할 때도 판단에 있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뭐, 어떻게 보면 그게 당연한 것이겠지요. 과거와 지금의 지적 수준이 똑같다면 배우는 학생으로서 정말 절망스러운 일이잖아요 ㅋㅋㅋ 마치 초등학교 때 썼었던 독후감을 볼 때와 마찬가지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거야 뭐 그러려니 할 수 있었습니다. 친분이 있던 분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놀았던 것도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재미있었고요.

  그런데 정말 쪽팔린 것은 당시 다른 분들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점이었습니다. 뭐, 지금도 많은 배려를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민망할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저를 상대해 주신 애피의 많은 회원분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ㅠ 위에 썼던 대로 당시에는 아직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그보다 제 성격 자체가 애초에 타인을 거의 배려하지 않는 성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예의가 없었어요 ㅠㅠㅠㅠㅠㅠ

  그래서 공개된 장소에 그 글을 계속 남겨두기는 굉장히 민망해서 글을 다 지웠습니다. 물론 당시 제가 작성한 일기와 같은 글을 그냥 지우는 것은 아까워서 하드에 백업을 해 두기는 했습니다. 구잡게에 작성한 글이 생각 외로 많아서 복사 후 삭제하는 작업이 꽤 오래 걸렸지만, 남아있는 글을 볼 때마다 드는 부끄러움 덕분에 모든 글을 다 처리할 수 있었어요. 역시 '일기는 일기장에' 기록해야 합니다 -_-a

  지금 블로그에 작성한 글 역시 나중에 보면 이러한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인터넷상의 예의를 지켜가며 글을 쓰고 있지만, 나중에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네요. 지금은 개인적인 생각을 쓴 글이 많으니 몇 년 뒤에 그 글들이 또 얼마나 부끄럽게 느껴질지 생각하기도 두렵습니다. 그걸 고려하면 당장이라도 블로그의 글을 전부 삭제하고 잠수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ㅠㅠ 흑 하지만 이런 쪽팔림을 무릅쓰고 계속 공개된 장소에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간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하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미 써 둔 글을 지우거나 고치는 것은 몇 년 뒤에 해도 상관없겠죠 ㅋ


  그나저나 처음에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두고 개설한 저의 블로그가 요즘은 점점 일기장처럼 바뀌어가는군요. 이런 글은 포털사이트에 검색되지 않도록 설정을 하고 싶은데, 티스토리는 봇의 정보수집을 막는 기능이 지원되지가 않네요.(얼음집은 된다던데 -_-;;) 일기 카테고리의 글을 검색되지 않게 바꾸고, CCL표기도 해당되지 않도록 바꾸는 것이 정보 검색을 하는 분들이나 저 모두에게 편할 텐데 말이죠. 게시물에 태그를 달지 않아도 포털에서 검색이 되어버리니;;; 또 인터넷상에 쓸모없는 정보를 하나 더 뿌리게 되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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