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 대한 단상
오늘 아침,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고 있었다. 멍하니 응시하던 TV 모니터에서는 막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신들의 물건을 더 많이 사 달라고 외치는 광고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도중, 경쾌한 음악이 내 귀를 때렸다.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오호, 목소리 특이하니 좋고, 정말 뭔가 다르기는 달랐나 보다. 그전까지 멍하게 있었던 내 머리에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광고가 의도하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자아를 소유물에서 찾는다는 것은 따로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예전에 '소유나 존재냐'를 보며 어느 정도 그에 대해 말을 해 둔 것도 있고, 아침부터 그러한 떡밥을 물기에는 나의 남은 하루가 왠지 처량하다는 느낌도 드니까. 그래서 그냥 '왜 달라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는 분명 남들과 다르다. 나와 생활반경이 꽤 겹치는 친구 두 명과 비교해 보아도, 그 둘은 어제 분위기를 타고 술을 한 잔 걸치러 새벽에 나가 지금 이 시간까지 옆에서 자고 있고, 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체리 청축으로 이루어진 기계식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분명 같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달라는 분명 이런 종류의 다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 나라는 존재가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될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많은 수의 사람과 차별화될수 있다면 나는 희소한 자원 하나를 추가로 가질 수 있는 것이니 나쁠 것은 없다. 희소한 자원은 분명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해 주니까. 그래서 내 주위의 어른들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전문지식을 가지라는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이 '다름' 역시 저기서 이야기하는 '다름'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너는 공대, 너는 고등학생, 너는 운동선수, 너는 직장인…… 과 같은 다름은 분명 이 다름이 아니다.
그럼, 여기서의 다름은 '개성'이라는 말로 흔히 대변되는 종류의 다름일 것이다. (물론 그 개성을 이루는 방법으로 광고가 제시하는 것이 분명 소유물의 차이이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이유로 이건 그냥 패스) 현대사회에서 개성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 중 하나이다. 이는 현재 북한에서 개성특급시로 불리고 있는 경기도 개성시는 분명 아니고, 한자로 個性이라고 쓰이는 개체의 고유한 성질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존재할 수 있는 나,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것은 기성품을 사용하고 획일화된 교육을 받는 현대인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이겠지.
하지만, 이에 대해 그렇게까지 차별화를 두어야 하냐는 질문에는 아직도 의문만이 생긴다. 물론 인간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분명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를 판단하는 기준은 절대로 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항상 주위에 의해 나를 판단하게 된다. 시험에서 90점을 받아도 다른 친구들이 모두 100점을 받으면 나는 열등생이고, 시험에서 20점을 받아도 다른 친구들이 모두 10점을 받으면 나는 우등생이다. 우리가 대화할 때 사용하는 한국어는 분명 이곳에서는 개성이라는 위대한 가치에 들어가기에는 부족한 사항이지만, 해외에 나갈 경우 개성에 들어갈만한 훌륭한 소재로 바뀐다.
이렇게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속성을 집어 꺼내 나를 만들어내면, 나는 정말 남들과 구분되는 확연한 정체성을 가진 것처럼 생각된다. 그래 봤자 어차피 먹고 싸고 자면서, 하늘을 날아다니지도 못하고 이족보행을 하며, 아가미가 아닌 폐호흡을 하는 정온 동물이지만, 자기는 다른 인간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환상의 믿음이 생겨난다. 밖에서 가져온 기준에 의해 나를 정의하는 주제에, 나는 나만의 특별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 밖의 기준이 변화하면 또 그에 걸맞은 다른 사항을 가지고 자신을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건 나만의 고유한 개성이란다. 이해도 되고 공감도 하지만, 왠지 계속 그런 상태로 있기에는 불편함과 비슷한 종류의 느낌이 든다.
남들과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어도 그것이 자신의 선호에 따라 고른 옷이고, 남들과 같은 학교 또는 직장에 다녀도 그 활동이 자신에게 만족스럽게 느껴지고 선호에 맞아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이 자신의 개성이 아닐까. (물론 그 개인의 선호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도 있는 문제이나, 이것까지 보면 아침부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역시 패스 -_-;;) 물론 이 사회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도록 만드는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차림으로 걸어 다니는 특이함이 없는 것 같은 사람도 자신이 보아서 제일 만족스러운 사물을 가지고 현재의 조합을 이룬 것이라면, 괜히 사회의 눈을 의식해서 억지로 이것저것 차별화를 둔 사람보다 훨씬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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